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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내는 약간 달라붙는 검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는데, 두 개의 젖꼭지가 분명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. 의심할 바없이, 그녀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. 사람들의 눈을 살피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전무 부인과 시선이 마주쳤다. 태연을 가장한 그녀의 눈이 호기심과 아연함, 약간의 주저가 어린 경멸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나는 알아보았다.
나는 뺨이 상기되는 것을 느겼다. 여자들끼리의 사교적인 대화에 참가하지 않은 채 멍하게 앉아 있는 아내를, 그녀를 흘끔거리는 시선들을 의식하며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.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만이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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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겨운 가부장제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소설.
한강 작가는 채식을 하겠노라 선언을 한 뒤로, 주위로 부터 '인간은 고기를 먹지 않고선 살 수 없다', '고기를 안먹어서 그런 것이다' 등과 같은 참견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. 비건인 친구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. 다시는 주제넘게 굴지 말아야지, 반성 하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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